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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은 세계 원유 공급의 심장부로 여겨지며,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분쟁은 국제 유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중동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나 군사 충돌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유는 글로벌 경제의 핵심 에너지원이며, 중동 지역의 산유국들이 세계 원유 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합니다.
따라서 중동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유가는 단기간에 급등하거나 장기적으로 고유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중동 분쟁이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핵심 요소인 공급차질, 리스크프리미엄, 정치불안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공급차질
중동 지역의 분쟁은 가장 먼저 원유 공급망에 타격을 입힙니다. 세계 원유 수출량의 약 30%가 이 지역에서 생산되며, 그중 상당수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됩니다. 이 해협은 하루 2,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수송의 핵심 요충지입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운송이 위협받게 됩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갈등,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 이라크 내 극단주의 세력의 확산은 원유 수출 경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2024년 기준,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협 통과 선박을 단속하거나, 군사 훈련을 감행하는 경우 유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관측됩니다.
또한 공급차질은 단순한 물리적 문제를 넘어, 정제와 저장, 운송 비용 증가로 이어져 유가상승의 구조적 원인이 됩니다. 예컨대, 공급선이 차단되면 비상수송 수단을 이용해야 하고, 이는 연료비 인상, 물류비용 상승 등 연쇄적인 영향을 초래합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그리고 이란과의 교전, 사우디의 감산 정책 등은 유가를 고공 행진시키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리스크프리미엄
공급이 아직 차질을 빚지 않더라도, 시장은 중동지역의 불안정성을 반영하여 유가를 조정합니다. 이를 ‘리스크프리미엄(Risk Premium)’이라 하며, 투자자들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사전에 가격에 반영합니다. 이 프리미엄은 유가에 최대 10~15달러까지 덧붙여질 수 있으며, 실제 공급량이 줄지 않아도 시장은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사한 뉴스 한 줄만으로도 브렌트유 가격은 하루 만에 5달러 이상 오르기도 합니다. 이는 실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군사적 긴장 상태가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유가가 인위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리스크프리미엄은 헤지펀드, 투자은행, 에너지 거래소 등에서 이루어지는 선물 거래에 매우 민감하게 작용합니다. 투기적 수요가 증가하면 유가는 단기간에 폭등하며, 이 과정에서 실제 수요와 무관하게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9년 사우디 아람코 석유시설이 피격당했을 때, 유가는 하루 사이 20% 이상 상승했습니다. 비록 피해는 빠르게 복구되었지만, 투자자들은 재발 위험을 반영하여 유가를 높게 유지했습니다. 이처럼 리스크프리미엄은 중동 정세가 안정되지 않는 이상 상시적으로 유가에 포함되는 구조적 변수입니다.
정치불안
중동 지역의 정치불안은 분쟁보다 더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유가에 미칩니다. 이 지역은 종파 간 갈등, 권위주의 정권, 쿠데타, 내전, 외세 개입 등 다양한 정치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이는 산유국의 정책 변동성과 생산 안정성에 직결됩니다.
예를 들어, 리비아 내전은 석유 생산량을 절반 이하로 감소시켰고, 이라크에서는 IS의 확산으로 주요 유전이 일시 폐쇄된 바 있습니다. 이란의 경우, 정치적 긴장과 미국의 경제제재로 원유 수출량이 대폭 감소했고, 그 여파는 아시아와 유럽의 원유 수급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정치불안은 OPEC의 감산/증산 결정에도 변수를 더합니다. 회원국 간의 정치적 불화가 증산합의 실패로 이어지거나, 특정 국가가 독단적으로 감산을 단행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갈등은 OPEC+ 체제의 협조에 금을 가게 했고, 이는 2020년 유가 폭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정치불안은 시장이 예측하기 가장 어려운 변수이자,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불안요소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중동 산유국의 정치 리스크는 단순한 지역 이슈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글로벌 이슈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불확실한 정치 환경은 석유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중장기적으로 유가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입니다.
결론적으로 중동 분쟁은 공급차질, 리스크프리미엄, 정치불안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통해 국제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세 요소는 서로 연계되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시장의 유가 결정 메커니즘에 큰 파장을 일으킵니다. 유가는 단지 수급의 문제만이 아니라 심리, 정치, 군사적 요소가 결합된 종합적인 산물입니다. 따라서 중동 정세에 대한 이해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동향을 읽는 데 매우 중요하며, 투자자뿐 아니라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중동 분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에너지 다변화, 비축유 확보, 외교적 채널 강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